무보험 운전 450만 ‘길 위의 시한폭탄’

  1. 언론보도
  2. 무보험 운전 450만 ‘길 위의 시한폭탄’

10대 중 1~2대, 가주 전국 최다
팬데믹 이후 증가 옵션 가입 필요
충분한 보상액 설정해야 효과적
뺑소니도 상대 과실이면 UM 적용

LA 한인타운에서 직장 생활하는 A씨는 며칠 전 낭패를 당했다. 퇴근길 알바라도 스트리트에서 우회전 하려고 감속하는데 뒤에서 오던 차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추돌했다. 코너를 돌아 정차시키고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순간, 멈추는 줄 알았던 가해 차량이 굉음을 내며 쏜살같이 내빼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다시 차에 올라타서 쫓아가려고 해봤지만, 상대방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경황이 없던 중에 차량 번호판은커녕, 차종과 색깔조차 가물가물했다. 클레임을 위해 보험사에 전화했더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무보험 운전자’ 옵션에 가입되지 않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고 보니 두 달 전 자동차 보험을 갱신할 때 요율을 줄이기 위해 한도를 낮추고,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들은 제외시킨 게 떠올랐다. 별 수 없이 덜렁거리는 뒤쪽 범퍼를 테이프로 임시방편한 뒤 수리점을 알아보고 있지만 몇 백 달러가 지출될 것을 생각하니 분통이 치밀어 오른다.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운전자가 가주 내에서만 4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교통부 고속도로관리국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무보험 비율이 높은 곳은 미시시피로 29.4%의 차량이 보험 가입 없이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시간이 25.5%, 테네시가 23.7%로 2~3위에 랭크됐다.

가주는 16.6%로 순위로는 10번째였지만, 차량 숫자로 환산하면 451만 7466대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는 2019년 통계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 재정이 악화되면서 무보험 차량의 비중은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교통사고 전문 알렉스 차 변호사는 “문의가 들어오는 교통사고 10건 중에 2~3건은 상대 운전자가 보험이 없어 의뢰인이 난감해 하는 경우”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뉴욕이나 뉴저지, 버지니아 등 21개주는 무보험 운전자(Uninsured Motorist·UM) 보험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UM 보험은 상대 과실로 사고가 났지만, 상대방이 보험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본인의 보험을 통해 치료비나 차량 수리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는 장치다.

그러나 가주의 경우는 이를 의무가 아닌 가입자의 선택 사항으로 분류해 상당수 운전자들이 보험료 절감을 위해 옵션에 제외시키는 경우가 생긴다. 또 포함시킬 경우라도 규정된 보상액의 최소 한도가 1만5000달러(개인당) / 3만달러(사고당)여서 사고가 나더라도 충분한 지원이 어렵게 된다.

교통사고 전문 정대용 변호사는 “전체 보험료에서 UM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안팎”이라며 “커버리지 한도를 높여도 보험료에는 큰 차이가 없다. 보상 한도를 5만/10만달러 정도로 해 나와 동승객을 충분히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6개월 보험료가 (UM을 제외하고) 606.30달러인 B씨의 경우 UM의 보상 한도를 5만달러 / 10만달러로 설정할 경우 추가 비용은 74.80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와 계약 내용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한 달 평균 12달러를 더 부담하면 LA와 같은 교통 상황에서도 웬만큼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 변호사는 “뺑소니의 상당수는 무보험 차량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보험에서도 뺑소니는 무보험 사고와 같이 취급된다. 보험사에 클레임하면서 상대방의 과실만 입증하면 계약 내용에 따른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한인 운전자들이 대시캠(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사고 정황을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사실 관계 확인 뿐만 아니라, 보통 한 달 이상 걸리는 상대방의 과실 판단도 빠른 시간안에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추천했다.

LA 조선일보 2월 9일 기사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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